아이가 죽었는데…놀이기구 사고 책임 98% ‘애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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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5-14 09:43 조회3,7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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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 사망자 34명…정작 책임은 아이들 당사자에 전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 간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149건에 달한다. 이중 34명은 사망했고 1875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만해도 322건의 놀이시설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의 사고건수는 328건으로 다른 달에 유독 많았다. 장소별로는 학교(166건), 주택단지(114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활동량이 많은 7~14세에서 사고율이 가장 많았다.
주목되는 사실은 사고원인이었다. ‘이용자 부주의’가 무려 97.8%나 됐다. 미성숙한 어린이가 사고의 피해자인데도 그 책임을 어린이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체육시설안전기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사고가 발생한 놀이 기구는 ‘조합 놀이대’가 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너는 기구’ 17%, ‘그네’ 10%, ‘흔들 놀이기구’ 9% 등의 순이었다. 주목되는 사실은 사고원인이었다. 이 역시 사고원인은 ‘이용자 부주의’가 92%로 가장 많았다.
공병호 오산대 아동보호학과 교수는 “어린이 놀이시설은 설치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기구 안내 표지판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이들이 크게 다친 이후에 관심을 갖고 놀이시설을 개선을 하는 것은 ‘사후 약방문’이 될 뿐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사전에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는 어린이 놀이시설 관리주체가 제각각인 점이 꼽히고 있다. 아동 복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단지 내 어린이 놀이시설은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직접 관리한다. 유치원과 학교 내 놀이시설은 교육청이, 도시공원 내 놀이시설은 관할 지자체 공원녹지과가 각각 관리를 담당한다. 일원화 된 체계적인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기준이 현행 ‘안전관리법’ 상 놀이기구 안전에만 초점을 둔 탓에 큰 도로 옆, 유흥주점, 유해한 공장 인근 등 위험 요소가 도사리는 장소에 설치되고 있는 점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는 “위험이 전혀 없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있는 놀이터 내 깨진 병, 놀이기구의 훼손 등 위해요인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놀이터를 설치하기 전 주변 환경을 검토해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리부실 원인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 치료비 부담은 학부모 몫
어린이 놀이시설의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책임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상당수 놀이시설이 배상책임보험만 가입돼 있거나 이 조차 가입돼 있지 않다 보니 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가 떠안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김가영(42·여·가명) 씨는 아이가 주택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다가 시설물에 얼굴이 부딪혀 피멍이 크게 들었지만 해당 놀이터가 책임배상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병원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경기도에 사는 최진영(38·여·가명) 씨의 아이는 미끄럼틀에서 놀다 떨어져 왼쪽 다리에 골절을 입었다. 최 씨는 곧바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보험사에 보험금 신청을 문의했다. 그러나 최 씨의 아파트는 법적의무사항인 배상책임보험만 가입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학교보안관·배움터지킴이 실효성 적어…일원화된 안전관리 시급
지난 2010년 한 남성이 초등학교에 침입해 8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이른바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서울 시내 공립 초등학교 562개교에 설치된 ‘학교보안관’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적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배움터지킴이(school police)’ 제도와 차별성이 없어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계약직 근로자인 학교보안관은 교내 방문자가 소지품 검사나 신분 확인을 거절할 때에는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학교 내 안전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학교보안관 응시가능 연령은 당초 만55세 이상으로 나이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 근무 상한 연령이 만 70세 이하로 제한했다. 배움터지킴이는 나이제한이 없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체력요건을 강화해 선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고령의 근무자가 흉악범을 상대로 제대로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숙자 서울시 의원은 “노인층이 다시 사회에 일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는 매력적이지만 중복되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일원화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교내 안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의 또는 법 개정을 통해 학교에 사법경찰관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권이향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